이거 어디까지 비밀로 해주는 거예요? 시크릿 모드가 대체 뭐임
안맵다떡볶이 신메뉴 자료를 받으려 합니다. 파일 이름은 비밀신메뉴.pdf.
뭔가 중요한 걸 받는 기분이라 Chrome 시크릿 모드를 켜고 파일을 받았습니다. 이름에 시크릿이라고 써 있으니까, 이 정도면 비밀 취급 맞겠지 싶습니다.
자료를 다 보고 시크릿 창을 전부 닫았습니다.
끝. 방금 한 일도 기록에 남지 않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운로드 폴더를 열었더니, 비밀신메뉴.pdf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저기요. 이거 어디까지 비밀로 해주는 거예요?
방문 기록이랑 파일이 따로였음
Chrome의 시크릿 모드는 이 컴퓨터의 브라우저에 남는 방문 흔적을 줄이는 기능입니다.
열린 시크릿 창을 모두 닫으면, 그 시크릿 탐색의 방문 기록과 임시 쿠키·사이트 데이터를 보관하지 않습니다. 같이 쓰는 컴퓨터의 Chrome 방문 기록 목록에 내가 들른 페이지를 남기지 않는 데 도움이 되는 거죠.
그런데 ‘사이트에 다녀온 기록’과 ‘내가 저장한 문서’는 서로 다른 물건입니다.
비밀신메뉴.pdf는 제가 내려받아 컴퓨터에 저장한 파일입니다. 창을 닫아도 남고, 저장한 북마크도 남습니다.
브라우저는 이번 방문 기록을 정리했고, 저는 문서를 따로 챙겨왔습니다.
파일: “저는 저장하라고 하셔서 왔는데요.”
그럼 사이트도 내가 온 걸 모름?
시크릿 창에서 자료를 받던 사이트에 로그인해 봤습니다.
“안맵다사장님, 환영합니다.”
비밀 방문인 줄 알았는데 호명까지 합니다. 하지만 제가 방금 그 계정으로 로그인한 겁니다. 이름표 달고 들어왔으니까요.
시크릿 모드는 방문한 사이트의 정보 수집 방식을 바꿔주는 기능이 아닙니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사이트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학교·회사·인터넷 제공업체처럼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곳도 활동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볼 수 있는지는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시크릿을 켰다고 그쪽에도 익명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 컴퓨터의 방문 기록에 남기지 않기’와 ‘인터넷의 모든 상대에게 숨기기’는 약속 범위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이름보다 범위를 봤습니다
그럼 제가 챙겨야 할 게 뭔지 다시 봤습니다.
시크릿 탐색을 끝낼 때는 열린 시크릿 창을 모두 닫기. 하나 닫았는데 다른 창이 살아 있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직접 받은 자료는 저장된 폴더에서 별도로 관리하기. 파일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그 파일도 직접 정리해야 합니다.
사이트에 로그인했다면 그 사이트에는 내 계정으로 들어갔다는 것 기억하기.
제가 원하는 비밀이 ‘같이 쓰는 컴퓨터에 방문 목록을 남기고 싶지 않다’인지, ‘받은 파일까지 없애고 싶다’인지부터 구분한 거죠.
파일 이름에 ‘비밀’을 붙인다고 컴퓨터가 알아서 눈치껏 처리해주진 않았습니다. 파일명은 그냥 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그럼 시크릿은 왜 있는 건데?
컴퓨터를 같이 쓸 때, 방금 본 페이지가 다음 사람의 방문 기록 목록에 줄줄이 나오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선물 찾아봤는데 선물 받을 사람이 먼저 검색 기록을 읽으면 깜짝 이벤트도 조기 종료고요.
이럴 때 평소 탐색과 별도로 열고, 끝난 뒤 그 시크릿 탐색의 기록을 보관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필요한 겁니다.
오늘은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시크릿의 기본 범위는 이 기기의 브라우저 방문 흔적. 내가 저장한 파일과, 방문한 사이트 쪽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별개.
시크릿 창은 닫혔습니다. 비밀신메뉴.pdf는 제가 챙겨야 했습니다.
표지 원본: Monkey Puppet Looking Away / Imgflip, 한 컷 크롭·문구 조판. 본문 GIF 원주소는 각 짤 아래에 표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