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가운데 로고 박았는데 왜 멀쩡함? QR코드가 대체 뭐임
안맵다떡볶이 메뉴판에 QR을 넣었습니다.
그냥 네모만 있으니까 심심합니다. 가운데에 가게 로고도 얹었습니다. 빨간 바탕에 ‘맵’, 그 위에 노란 X. 안 맵다는 의지가 꽤 강합니다.
친구가 완성본을 봤습니다.
“근데 너, QR 몇 칸 가렸는데?”
…어?
읽으라고 만든 네모를 제가 가렸습니다. 꾸민 건지 훼손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망친 것 같아서 일단 찍어봤습니다.
열립니다.
로고를 넣기 전에도, 넣은 뒤에도 같은 주소가 나옵니다. 가운데가 분명 가려졌는데요?
이 가상 메뉴판에서는 이런 화면이 열린 겁니다.
폰은 메뉴판을 열었고, 사장님만 잠깐 과학자가 됐습니다.
잠깐. 가렸는데 어떻게 읽음?
QR은 작은 네모 무늬에 정보를 담는 방식입니다. 메뉴 페이지 주소를 담아두면, 폰이 그 주소를 읽어서 페이지를 열 수 있어요.
여기까지는 익숙합니다. 오늘 궁금한 건 안 보이는 칸이 있는데도 어떻게 읽었냐는 거죠.
QR에는 원래 정보와 함께, 일부가 손상됐을 때 정보를 되찾는 데 쓸 재료도 들어 있습니다. 몇 칸을 못 읽어도 남은 정보를 이용해 복원을 시도할 수 있게요. 이 기능을 오류 정정이라고 합니다.
우리 QR에 작은 로고를 얹고도 주소를 읽을 수 있었던 건, 가려진 부분을 복원할 수 있는 범위였기 때문입니다.
QR이 로고 뒤를 투시하는 능력을 얻은 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의 디자인 사고를 어느 정도 버텨준 거예요.
그럼 로고를 왕 크게 넣어도 됨?
욕심이 바로 생깁니다. 이 정도면 로고를 더 키워도 되지 않을까요?
복원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얼마나, 어디를 가렸는지에 따라 안 읽힐 수도 있어요. 만드는 쪽에서 설정한 복원 능력도 영향을 줍니다.
모서리의 큰 네모 셋도 괜히 있는 장식이 아닙니다. QR의 위치와 방향을 찾는 표시예요. 바깥의 흰 여백도 읽는 데 필요하고요.
그러니까 “이 로고 크기가 예쁘다” 다음에 해야 할 질문은 “그래서 이거 찍히나?”입니다.
떡볶이는 보통맛으로 만들었는데 QR만 고난도 퍼즐이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찍어봐야 합니다
안맵다떡볶이 사장님이 할 일은 로고를 끝없이 키우는 게 아닙니다. 작은 로고로 시작하고, 모서리 표시와 주변 여백을 살려두는 겁니다.
마지막엔 손님이 볼 크기로 놓고 찍어보면 됩니다. 내 화면에서는 예뻤는데, 손님 폰에서는 그냥 네모면 곤란하니까요. 다른 폰에서도 원하는 페이지가 열리는지 확인하는 거죠.
위 비교용 QR 두 개는 이미지 판독기로 읽었을 때 같은 서치튠 블로그 주소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인쇄물은 크기·조명·카메라가 달라지므로, 붙이기 전에 한 번 더 찍어보세요.
사장님: “로고 넣은 거 예쁘지?”
친구: “응. 근데 메뉴 열리는지도 봐.”
손님은 디자인 시상식에 온 게 아니라 떡볶이를 고르러 왔으니까요.
이 기능, 로고 넣으라고 만든 거였음?
QR은 원래 공장에서 제품 정보를 더 많이 담고 빠르게 읽으려는 필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현장에서는 기름이나 먼지가 묻거나 인쇄된 코드가 손상되는 일도 생기죠.
그럴 때 일부가 안 보여도 정보를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 지금은 작은 로고가 덮인 QR을 읽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오늘은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QR에는 일부 손상을 복원하는 정보가 같이 들어 있다. 그래도 완성한 QR은 직접 찍어본다.
가운데 로고를 붙였다고 무조건 망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메뉴판 대신 로고 감상만 시키면 안 됩니다.
표지 원본: Jackie Chan Confused / Imgflip, 크롭·문구 조판. 본문 원본 GIF는 각 짤 아래에 표기했습니다.

